무등일보

<칼럼> 미성년 후견인제도 개정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입력 2020.10.13. 11:50 수정 2020.10.13. 19:20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이광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조선희 변호사
이광원법률사무소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남기고 모두 사망한 경우 유언으로 지정된 후견인이 없으면 미성년자의 최근친 연장자를 친족 순서대로 후견인이 되는 것이 법정후견인 제도다. 그러나 법정후견인 제도는 당사자인 미성년자의 의사나 친족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남겨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능력이나 자질, 양육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후견인 노릇을 하게 한 것이 인권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최근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 미성년자의 복리를 우선하는 미성년 후견인제도 민법 제 828조가 개정됐다. 다시 말해 최근친 연장자를 우선으로 하는 법정후견인 제도에서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우선 반영하는 미성년 후견인 제도로 법이 개정된 것이다.

필자도 최근 부모가 모두 사망하면서 꽤많은 자산을 상속받게 된 고등학생 A군과 사망보험금만 상속받게 된 중학생 B군의 후견인 지정신청을 대리하면서, 새로 도입된 미성년자 후견인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경험하게 됐다.

A군은 아버지를 여윈지 3년만에 최근 어머니까지 암으로 사망하면서 고아로 전락한 처지였다. A군의 어머니는 홀로 남겨질 A군을 위해 상당한 액수의 현금자산, 부동산, 사망보험금을 남겨 놓았다. A군 어머니는 여동생인 A군 이모를 후견인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막상 유언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유언장을 작성할 틈도 없이 갑자기 사망에 이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A군의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A군의 이모를 제치고 A군의 친할아버지가 A군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A군은 평소 마음을 터 놓을수 있는 이모가 후견인이 됐으면 했으나 막무가내로 할아버지를 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큰아버지 내외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호소해왔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제일 가까운 친척인 친할아버지가 법정대리인으로 자동 지정되었다.

하지만 현행 민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후견인은 반드시 법원이 심리해 적정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록 바뀌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A군과 이모는 최근 후견인지정신청을 해 사망한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갈수 있었다. 든든한 이모가 A군의 후견인 역할을 담당해 미래를 설계할수 있게 됐으니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중학생 B군의 경우는 처지가 더 딱했다. 성년이 될 때까지 5년이 남은 상황에서 어머니가 남긴 사망보험금이 거의 유일한 상속재산이었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손주인 B군을 지금까지 키워왔으니 B군을 계속 양육하겠다고 하는데도 B군의 형이 후견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B군의 형(22세)은 B군 몫의 보험금을 노려 B군의 후견인이 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꼬였다. 이 경우도 법원은 가사조사관의 면담조사를 통해 기존의 생활환경, 친밀도, 보호 교양할 자질 등을 고려해 B군 외할머니를 후견인으로 지정했으니 그마나 개정된 법이 톡톡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렇다면 미성년자인 A와 B군이 만 19세 성년이 되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미성년자가 만 19세 성년이 되면 후견인의 권한은 당연 종료된다. 하지만, 성년이 됐다고 바로 재산관리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에서는 보완적인 조치로 25세 이상의 나이가 될 때까지 상속재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후견인은 친권자와 마찬가지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재산을 처분하는 일과 같이 중요한 사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후견인이라면 재정적 후견 역할도 필요하지만 정서적·심리적 후견 역할도 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원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른바 1인가구 보호자라면 자신이 사망하거나 질병이 생길 것에 대비해 미리 어린 자녀를 위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하거나 유언대용신탁계약을 고려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시대 가족 관계는 너무나 다양하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예측불허의 시대를 맞아 미리 안전 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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