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5·18 역사왜곡, 표현의 자유 넘어섰다

입력 2020.11.24. 10:24 수정 2020.11.24. 20:03 댓글 0개
이명기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지난 달 27일 민주당은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과 5·18민주화 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등이 포함된 5·18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입법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은 5·18민주화운동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7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예술이나 학문 연구,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대한 보도 등의 목적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담았다.

1980년 5월, 신군부에 의하여 자행된 광주의 참극은 신군부가 정권을 쥐락펴락하던 시절 북한이 개입한 광주 시민들의 무장 폭동 등으로 왜곡돼 오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들면서 국가 차원에서 재평가되었다. 재평가 노력은 1995년 12월 14일, 국회가 5·18민주화운동을 합법적인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만원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북한이 개입되었다거나 광주 시민들이 무장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왜곡·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 운동의 희생자 및 유족들에 대한 비난도 도를 넘어 전개되고 있다. 유튜브 등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역사 왜곡·희생자 비방은 무차별로 행해지고 있으며, 그 폐해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등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적인 입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도 윤한흥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딴지를 걸었다. 그러나 이같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운운은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명예훼손과 관련한 처벌 조항은 크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구분되어 있다. 여기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 아니냐는 시비거리는 있어 왔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의 적시가 아닌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 운운은 사실을 진실하게 적시한 경우에나 가능한 논쟁거리일 뿐이다. 허위 사실의 적시까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무한히 누려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5·18민주화 운동은 당시 외신 기자들을 비롯한 기자들의 사진자료, 영상자료, 인터뷰 자료, 가해자 및 피해자, 목격자들의 진술 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었다는 것이 고증되고 있다. 이는 국회·행정부·사법부 등에 의해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5·18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그 희생자를 비방하는 것은 허위 사실을 적시 유포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식의 반대는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과 달리 법안 처리에 전향적인 태도로 변화하고 있어 법통과가 고무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월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이후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사죄를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국민의힘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5·18 관련 법안 통과에 협력할 뿐만 아니라, (법안에) 심도있는 내용을 담도록 하려 한다. 의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5·18의 역사적 평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하는 자들마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어물쩍 넘기려는 자들에게는 독일의 나치 옹호자들이 어떻게 단죄되었는지를 상기시켜 주고 싶다. 희생자들을 모욕하며 5·18 학살자들을 옹호하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왜곡자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법의 엄중함을 보이기 바란다. 이왕이면 특별 법안이 여야 협력에 의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되길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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