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새책] 현대 예술을 완성한 17세기 바로크

입력 2021.10.21. 10:59 수정 2021.10.21. 16:09 댓글 0개
나의 바로크
한명식 지음/ 청아출판사/ 312쪽

17세기 서양 문화를 풍미했던 바로크 예술은 지나친 화려함과 귀족적인 사치스러움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게 배인 시대의 모순과 우울한 관능, 그로 인한 모호함의 개념성이 깔려 있다.

전능하던 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라는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너무나도 낯설고 급격하게 전개되는 진리의 변화를 오롯이 수용할 수 없었던 불안감은 바로크라는 시대정신과 독특한 예술형식을 탄생시켰다. 한명삭씨가 지은 '나의 바로크'는 르네상스 고전 예술을 통해 이해하는 바로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고대 이래로 르네상스까지 예술의 본성은 이상과 숭고함을 추구했다. 바로크는 인간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의 리얼리티를 구현했다.

현대로 이어지는 예술의 본질적인 초석,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근대 후 현대까지 이어지는 예술의 흐름 자체가 바로크 예술의 진화 과정인 셈이다.

바로크 이후 로코코로부터 시작된 아방가르드, 인상파, 입체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등 수많은 현대 예술의 사조는 결국 부분적으로 형식을 달리하는 바로크의 산물이다.

저자는 지금의 현대 예술은 17세기 바로크 예술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명함으로 대표되던 르네상스 고전 예술이 모호한 바로크로 바뀌는 과정도 이야기한다.

바로크 미술과 조각, 건축이 나타내는 화려한 형상과 구조 형식은 개념적 모호함으로 수렴된다. 신적이고 이데아적인 공고함을 지향하던 본질주의가 인간 중심의 주체주의로 전향되던 르네상스의 진리체계에 대한 반동의 의지를 담고 있어서다.

17세기 질서정연하고 담백하던 르네상스의 고전적 형상은 지나치게 금빛 찬란하고 파도처럼 휘감기며 동시에 죽음처럼 어둡고 암울하게 탈바꿈됐다. 이에 미술은 선명하고 논리적인 과학적 형태에서 어둡고 죽음적인 수척한 형상을 그렸다.

16세기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항해술은 수많은 선교사를 더 먼 곳으로 보낼 수 있었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국에까지 다다랐다. 중국을 다녀온 선교사들이 고국에 건네준 물건 가운데는 '주역(周易)'이나 역법에 관련된 고대 서적들도 끼어 있었다.

고전적 뿌리에 길들어 있었던 서양 학자들에게 이는 대단한 흥미와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 중심에 라이프니츠가 있었다. 세계란 모든 것의 연결체, 그것 스스로의 조화이므로 모든 것은 유동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그래서 우주는 고정되지 않은 하나의 상호 연관된 전체로서 어떤 것도 다른 것보다 더 근본적일 수 없다는 동양적 사유를 그의 '모나드론'과 '예정조화설'에 적용하였다. 이는 고대로부터 전승된 본질철학을 전복시킨 정신의 혁명이었다. 그러한 철학의 토양에서 생장한 바로크 예술이 동양의 미(美)와 개념적으로 닮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명식씨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프랑스 리옹 응용예술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배웠으며, 지금은 대구한의대학 건축디자인학부에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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